
바둑 황제와 철녀, 세기의 라이벌 조훈현과 루이나이웨이
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바둑 황제' 조훈현 9단과 '철의 여인' 루이나이웨이 9단. 국경과 성별을 뛰어넘은 두 거장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선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한국 바둑사에 한 획을 그은 중대한 사건이었죠. 조훈현이라는 절대 강자가 군림하던 시대에 루이나이웨이라는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은 바둑계에 신선한 충격과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수많은 명승부 중에서도 특히 제43기 국수전 도전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명장면입니다.
두 기사의 라이벌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로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훈현 9단은 당대 최고의 기사였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강적을 만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등장은 남성 중심의 바둑계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고, 실력 앞에서는 성별의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럼 이제 두 전설이 어떻게 만나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갔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제43기 국수전 대결
두 기사의 대결 중 백미는 단연 2000년에 열린 제43기 국수전 결승입니다. 당시 '국수(國手)'라는 칭호는 한국 바둑 최고수에게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고 상징적인 타이틀이었습니다. 조훈현 9단은 이 국수전의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존재였죠. 바로 그 절대 권위의 자리에 중국에서 건너온 여성 기사 루이나이웨이 9단이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남편 장주주 9단과 함께 정치적인 이유로 조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일본, 미국 등지를 떠돌다 1999년, 한국기원의 배려로 객원기사 신분으로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죠. 그녀는 한국에 오자마자 각종 기전에서 쟁쟁한 남자 정상급 기사들을 연파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마침내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스승과 제자를 모두 넘어야 했던 길

국수전 도전자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이 만난 상대는 바로 조훈현 9단의 애제자이자 당시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이창호 9단이었습니다. 모두가 이창호 9단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 9단을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제자를 꺾고 스승에게 도전하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대진이 성사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승부 하나만으로도 이미 바둑계는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역사를 바꾼 충격의 2승 1패

결승 3번기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은 조훈현 9단을 상대로 2승 1패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국수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1국을 먼저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2국과 3국을 연달아 승리하며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는 여류 기사가 성별 제한이 없는 메이저 기전에서 우승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한국 바둑계는 물론 세계 바둑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전신(戰神)'이라 불리던 조훈현 9단을 상대로, 그것도 가장 권위 있는 무대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습니다.
조훈현 9단 본인도 훗날 이 패배를 회고하며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 대결은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이자, 두 거장의 진검승부가 빚어낸 바둑사의 명장면으로 영원히 기록되었습니다.
국수전을 넘어선 상대 전적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수전 외에도 두 기사는 여러 차례 맞붙으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9월 8일 제3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에서도 대결이 펼쳐졌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두 사람의 공식적인 상대 전적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조훈현 9단 | 루이나이웨이 9단 |
|---|---|---|
| 총 전적 | 8승 | 4패 |
출처: 복수 언론 보도 종합 (2025년 9월 기준)
상대 전적에서는 조훈현 9단이 8승 4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둑 황제'의 관록과 실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하지만 루이나이웨이 9단 역시 국수전 우승을 포함해 여러 차례 조훈현 9단에게 승리하며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증명했습니다. 한편, 조훈현 9단은 바로 다음 해인 2001년 제44기 국수전에서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3-0 완봉승을 거두며 전년도의 충격적인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대결은 늘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펼쳐지며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조훈현과 루이나이웨이 대결이 남긴 의미
조훈현과 루이나이웨이의 라이벌 관계는 단순한 승패 기록 이상의 깊은 의미를 남겼습니다. 첫째, 성별과 국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입니다. 루이나이웨이 9단은 오직 실력 하나로 남성 중심의 바둑계 최고 자리에 오르며 전 세계 여성들에게 큰 영감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녀의 성공은 '여성은 남성보다 바둑을 못 둔다'는 뿌리 깊은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 두 기사는 서로를 존중하는 위대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조훈현 9단은 국수전에서 패배한 쓰라린 아픔 속에서도 루이나이웨이의 실력을 깨끗하게 인정했고, 루이나이웨이 역시 한국 바둑의 상징인 조훈현 9단에게 항상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으로, 이 위대한 라이벌 관계를 마무리하며 그들이 바둑 팬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명승부, 영원한 라이벌
조훈현과 루이나이웨이. 이 두 이름은 한국 바둑 팬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이름으로 남을 것입니다. '바둑 황제'의 아성에 도전한 '철의 여인'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반상 위에서 펼쳐낸 치열한 수 싸움과 승부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바둑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두 기사 모두 전성기에서는 내려왔지만, 시니어 무대 등에서 여전히 바둑에 대한 식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명승부를 펼쳤던 조훈현과 루이나이웨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바둑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불멸의 전설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