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6일, 국가의 핵심 전산 시설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647개 정부 시스템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 교체 중 시작된 화재의 원인과 현재까지 복구된 39개 시스템 현황, 그리고 재발 방지 과제를 심층 분석합니다.
화재의 시작, 작은 불꽃이 국가 마비로
지난 2025년 9월 26일 저녁, 대한민국의 모든 디지털 행정 데이터를 총괄하는 심장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5층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단순한 설비 이상을 넘어, 국가 전체의 행정 서비스가 마비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화재의 발단은 하도급 업체 직원이 노후화된 리튬이온배터리를 교체한 후, 기존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불꽃이었습니다. 일상적인 유지보수 작업 중에 발생한 이 작은 불씨는, 그러나 순식간에 주변 가연물로 옮겨붙으며 전산실 내부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수많은 서버와 배터리 랙을 위협하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확산되었습니다. 국가의 중추 신경망이 한순간에 멈춰 설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피해를 키운 구조적 문제점
이번 화재의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진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전산실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해당 전산실에는 총 384개의 리튬이온배터리와 약 70여 개의 핵심 서버가 함께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버와 배터리 사이의 간격이 불과 60cm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화재 안전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다른 장비로 매우 쉽게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구조였습니다. 이처럼 좁은 공간은 화재 확산을 가속화했을 뿐만 아니라, 소방 인력의 접근과 초기 진화 활동마저 어렵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물을 이용한 일반적인 소화 방식으로는 진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배터리 내부에서 연쇄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나며 온도가 섭씨 수백 도까지 급격히 상승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입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배터리가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다량의 유독가스를 내뿜게 됩니다. 열 폭주가 시작된 배터리는 스스로가 연료이자 발화원이 되어 주변의 다른 배터리까지 연쇄적으로 발화시키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킵니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며칠간 물에 완전히 담가 강제로 냉각시켜야 할 정도로 진화가 까다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번 화재에서도 초기 진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화재 피해 규모와 신속한 복구 작업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지만, 진화 작업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리튬이온배터리의 열 폭주 특성과 더불어, 전산실의 이중 벽 구조와 장비 간의 좁은 간격으로 인해 소방대원들의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는 장시간에 걸친 냉각 작업과 정밀한 상황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화재로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으나, 다행히 더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가 시스템이 입은 물적, 기능적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전산실 내부의 핵심 서버와 배터리 다수가 소실되었으며, 추가적인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전체 서버의 전원을 차단하면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운영하던 총 647개 정부 전산시스템의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이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수많은 서비스가 멈춰 섰음을 의미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즉각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하여 시스템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는 국민의 안전, 경제, 복지 등 일상생활과 직결된 핵심 시스템을 최우선 복구 대상으로 선정하고 모든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했습니다.
정상화된 39개 주요 정보시스템 현황

밤샘 복구 작업 끝에, 다행히 현재까지 총 39개의 주요 정보시스템이 정상 궤도에 올랐습니다. 복구된 시스템들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재난 및 안전 관리에 필수적인 서비스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복구가 완료된 시스템의 상세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번 | 기관명 | 정보시스템명 | 비고 |
|---|---|---|---|
| 1 | 행안부 | 모바일신분증 | DR대응 |
| 2 | 행안부 | LDAP | |
| 3 | 행안부 | 문서유통시스템 | |
| 4 | 행안부 | 복합인증시스템 | |
| 5 | 행안부 | 정부확인요청시스템 | |
| 6 | 행안부 | 모바일전자고지시스템 | |
| 7 | 해수부 | 해운항만물류정보서비스 | DR대응 |
| 8 | 해수부 | 해양안전종합정보 | |
| 9 | 국무총리실 | 국정관리시스템 | |
| 10 | 복지부 | 보건의료빅데이터 시스템 | |
| 11 | 기재부 |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 |
| 12 | 행안부 | GIS기반통합시스템(대민) | |
| 13 | 행안부 | GIS기반통합시스템(행정) | |
| 14 | 환경부 | 매출금융시스템 | |
| 15 | 환경부 | 상세등록시스템 | |
| 16 | 환경부 |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 |
| 17 | 관세청 | 대표홈페이지 | |
| 18 | 관세청 | 나라통합정보시스템 | |
| 19 | 관세청 | 국회답변 | |
| 20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인터넷 예금 | |
| 21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스마트 예금 | |
| 22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인터넷 보험 | |
| 23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스마트 보험 | |
| 24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인터넷 펀드 | |
| 25 | 과기정통부 | 우체국 금융 – 스마트 펀드 | |
| 26 | 복지부 | 노인맞춤형돌봄시스템 | |
| 27 | 복지부 | 취약노인지원시스템 | |
| 28 | 금융위 | FIU 심사분석 | |
| 29 | 금융위 | FIU 홈페이지 | |
| 30 | 소방청 | 119 다매체 신고시스템 (경찰문자 제외) | |
| 31 | 소방청 | 국가화재정보시스템(부분 복구) | |
| 32 | 환경부 | 온실가스 인벤토리 | |
| 33 | 행안부 | 디지털원패스시스템 | |
| 34 | 행안부 | 전자문서진본확인시스템 | |
| 35 | 관세청 | 빅데이터 포털(대민) | |
| 36 | 관세청 | 빅데이터 포털(내부행정) | |
| 37 | 과기정통부 | 인터넷 FC 영업지원 | |
| 38 | 복지부 | UniMOHW(유니모) 포털 | |
| 39 | 환경부 |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추가복구) |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인프라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우선,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배터리실과 서버실을 내화 격벽 등으로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하고, 리튬이온배터리에 특화된 자동 소화 설비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재난 대응 훈련을 실전과 같이 실시하여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유지보수 업체의 안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이번 사태를 값비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